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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일기장

비온 뒤의 산책

2010년 12월 8일 수요일

핸드폰이 고장난지 3일째, 드디어 핸드폰을 고치러 서비스 센터를 찾아 나섰다.
버스를 탈까 문득 고민하던 차에,
'그래 오늘은 한번 걸어보자'
일상에 쫒기고, 답답한 마음에 더욱 쫒기는 것에 바빠 마지막으로 낮선 길을 걸어본적이 언제였을까.
그렇게 시작된 나의 걷기.
두 시간여쯤을 걸으니 배도 고프고 길은 낯설고 '괜히 뻘짓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본 거리의 풍경은 나를 생각에 젖게 하였다.

비온 후의 흐린 거리. 낯설만큼 낡은 건물들.
그래. 이런 느낌이 좋다.
서울 외곽 후진 거리의 이러한 느낌들.
그냥 그저 그런 동네지만 편안한 느낌들...

조금 더 걷다보니 주공아파트가 나왔다.
내가 사랑하는 이 저층의 아파트들.
요즘 아파트들과는 달리 아스팔트 냄새가 나지 않는 건물들.
마치 잔디위에 지어진듯한 녀석들.
넓은 하늘과 마치 산책로 같은 느낌의 한가로운 길들,
사람소리보다 새소리가 더 큰 조용한 마을.

오늘은 왠지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들끓는구나.